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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식품명인 제2호 김창수

[기획시리즈 VOL6] 시간을 빚고 전통을 품다_대한민국 식품명인을 만나다 : 전통주편

2025.08.12 | 조회 : 50,005 | 댓글 : 0 | 추천 : 0

 

 

세계 명품 금산인삼주, 전통과 현대의 조화 - 김창수 명인

 

 

 

1. 명인과 금산인삼주

 

Q. 김창수 명인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창수 명인 : 저는 금산인삼주를 만드는 명인으로, 700년 전통의 금산인삼주 제조법을 현대화하는 데 힘써 왔습니다. 1994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명인 지정을 받았고,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19호 보유자이기도 합니다우리 고장 금산의 우수한 인삼으로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산인삼주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금산이 인삼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삼과 관련된 술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전통 금산인삼주의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평생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Q. 먼저 금산인삼주가 어떤 술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창수 명인 : 금산인삼주는 700년 전통을 이어온 인삼 발효주입니다. 충남 금산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빚어지는 발효 증류주로 인삼을 갈아서 쌀과 누룩에 섞어 발효시키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죠. 이 때문에 인삼 뿌리가 술병 속에 보이지 않고 맑은 액체 상태로, 알코올 도수도 일정하며, 맛과 향이 훨씬 깊고 부드럽습니다. 전통적으로 금산인삼백주라 불리며, 증류 과정으로 인해 투명하거나 연한 황금빛을 띠고 고급 술로 평가받습니다. 최근에는 발효 인삼주와 증류 인삼주 두 가지 형태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발효주는 알코올 도수가 12.5도 정도로 와인과 비슷한 부드러운 맛이고, 증류주는 23도와 43도 등 고도수 술로 소비층이 다릅니다.

 

 

 

 

Q. 담금 인삼주와 금산인삼주의 차이는 무엇인가?

김창수 명인 : 담금 인삼주는 인삼을 소주나 주정에 담가 만드는 비발효주로, 인삼의 향이 표면적으로만 나타나며 알코올 도수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반면 금산인삼주는 쌀, 인삼, 누룩을 원료로 발효와 증류 과정을 거치며, 인삼 성분이 술 전체에 녹아들어 맛과 향이 깊고 균일합니다. 또한 담금 인삼주는 짙은 노란색을 띠는 반면, 금산인삼주는 무색 또는 연한 황금색을 유지합니다. 맛도 담금 인삼주가 소주의 강한 알코올 냄새가 남는 데 비해, 금산인삼주는 인삼의 뒷맛이 부드럽고 묵직하여 고급스러운 풍미를 자랑합니다.

 

 

2. 금산인삼주의 유래와 제조법

 

Q. 금산인삼주의 역사적 기원은 어떻게 되나요?

김창수 명인: 금산인삼주는 김녕 김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온 전통주로, 그 시작은 조선시대 백촌 김문기(1399~1456)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불의에 맞서 목숨을 바친 절의의 인물인 동시에, 인삼주 제조의 뛰어난 장인이었습니다. 그의 제조법은 주향록잡록등 한문 필사본에 기록되어 있으며, 이 문서들은 한국 전통주 제조법의 소중한 사료입니다. 일제강점기와 이후 혼란 속에서도 이 가문은 술 제조법을 지키며 금산인삼주의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Q. 금산인삼주가 현대에 되살아난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창수 명인: 일제강점기와 전쟁, 식량난 등으로 한국 전통주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습니다. 쌀과 전통주가 군수 물자로 수탈당하고, 술 제조 자체가 밀주로 단속되면서 전통 가양주는 거의 단절됐습니다. 하지만 1982년 정부가 전통주 발굴 및 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면서 제가 금산인삼주 제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전통 입맛과 제조법을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Q. 인삼주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요. 어떻게 구분하나요?

김창수 명인: 인삼주에는 크게 담금 인삼주, 발효 금산인삼주, 증류 금산인삼주 3종류가 있습니다. 담금 인삼주는 인삼 뿌리를 주정이나 소주에 담근 비발효주로, 향미가 약하고 소주 냄새가 남습니다. 발효 금산인삼주는 누룩과 인삼을 발효해 만드는 약주 형태의 술로, 도수는 12.5도 정도이며 부드럽고 죽엽색을 띕니다. 증류 금산인삼주는 발효주를 증류해 알코올 도수를 43도로 높인 고급 증류주로, 인삼 특유의 맛과 향이 진하게 남습니다.

 

Q. 법적으로 금산인삼주는 어떤 술로 정의되나요?

김창수 명인: 농림축산식품부가 1994년에 고시한 전통식품명인지정에 따르면, 금산인삼주는 발효주를 증류 숙성한 술로서, 알코올 도수 40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법적 의미에서 금산인삼주는 증류 금산인삼주를 뜻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발효주와 증류주 두 가지를 포괄해 사용합니다. 담금 인삼주는 발효 및 증류 과정을 거치지 않아 금산인삼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3. 금산인삼주 전승기: 명인과 후계자가 밝히는 제조 비법

 

Q. 금산인삼주 재현을 위해 어떤 계기로 노완섭 교수님을 찾아가셨나요?

김창수 명인: 1984년 늦가을, 저는 서울 필동에 있는 동국대학교 식품공학과 노완섭 교수님 댁을 찾아갔습니다. 인삼주 제조에 관해 상의드리고 싶어 무작정 찾아갔죠. 사전 연락도 없었는데 교수님께서 흔쾌히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그때부터 인삼주 재현을 위해 함께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Q. 교수님과 연구하면서 가장 큰 깨달음이나 변화가 있었나요?

김창수 명인: 처음에는 인삼을 많이 넣으면 발효가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교수님과 여러 전문가들 말씀을 듣고 나서야 인삼은 발효가 쉽지 않고, 적당량만 넣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인삼을 누룩과 함께 넣어야 제대로 발효가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이 점은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하시던 전통 방식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Q. 가족으로부터 인삼주 제조법을 어떻게 전수 받으셨나요?

김창수 명인: 할머니께서는 김해 김씨 집안 출신으로, 시어머니께서 가양 인삼주 만드는 법을 전해주셨습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막걸리를 빚으실 때 인삼과 누룩을 섞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그 경험과 기억이 평생의 원형이 되었죠.

 

Q. 인삼주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창수 명인: 인삼주 제조는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주향록같은 고서가 있었지만 계량과 시간, 온도 조절이 명확하지 않아 실패가 많았죠. 발효 온도와 누룩 상태를 맞추기 위해 수백 번을 시험했고,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들었습니다.

 

 

Q. 노완섭 교수님과 홍문화 박사님께 자문받으면서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창수 명인: 두 분 모두 인삼을 과하게 넣으면 발효를 방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셨고, 누룩과 함께 넣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조언이 저에게 큰 희망과 자신감을 줬죠. 결국 그 방법대로 시도하면서 맛이 점차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Q. 김정민 전수자님, 금산인삼주 제조를 전수받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김정민 전수자: 1996년 군 제대 후 백부님이신 김창수 명인의 권유로 금산인삼주 공장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힘든 일부터 시작했지만, 선배들과 함께 전통 발효 기술을 익히고 공장 전체를 맡게 되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특히 명인의 술맛을 정확히 감별할 수 있게 된 순간이 잊히지 않습니다.

 

Q. 전통 인삼주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김정민 전수자: 술맛 감별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제조 기술이 좋아도 맛이 좋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요즘 소비자 입맛은 다양하고 까다로워서 전통 방식만 고집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시대와 고객 기호에 맞춰 맛과 제조 공정을 조정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4. 금산인삼주 빚기의 재료와 공정

 

Q. 금산인삼주 제조법이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소개해주신다면?

김창수 명인: 금산인삼주의 제조법은 누룩 제조에서 시작됩니다. 밀과 인삼 가루를 9:1 비율로 섞어 끓이고 식힌 후 쑥 위에 쌓아 3개월간 발효시켜 누룩을 만듭니다. 그 다음 현미와 인삼, 누룩, 찬물을 섞어 밑술을 빚고, 고두밥에 인삼, 솔잎, 쑥을 배합해 발효를 거쳐 술을 얻습니다. 이 과정이 2~3개월 이어지며, 마지막에는 증류를 통해 43도의 고도주로 완성됩니다. 모든 과정은 전통 방식과 현대 과학이 조화를 이루며, 100일의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Q. 금산인삼주 제조에 쓰이는 주요 재료는 무엇인가요?

김창수 명인: 좋은 금산인삼, , , 물이 기본이고, 부재료로 쑥과 솔잎을 아주 조금 넣습니다. 특히 인삼은 금산 5년근 미삼을 주로 쓰며, 최근에는 사포닌 함량 때문에 4년근도 사용합니다. 쌀은 멥쌀을 7분도로 도정해 쓰고, 밀은 누룩 제조용으로 통밀을 곱게 빻아 사용합니다. 솔잎과 쑥은 술의 향미를 더하고 방부 효과도 부여하여 발효와 숙성 과정을 돕습니다. 이러한 부재료는 전통의 지혜가 깃든 것으로, 단순히 인삼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복합적인 재료의 조합이 금산인삼주 특유의 깊은 맛과 향을 만들어 냅니다.

 

 

Q. 전통 누룩을 만들 때 특별한 점이 있나요?

김창수 명인: 통밀과 인삼 가루를 91 비율로 섞어 끓인 후, 누룩틀보에 싸서 누룩틀에 넣고 발로 밟아 단단하게 성형합니다. 그리고 쑥을 깐 누룩방에서 3개월간 발효시켜 누룩을 완성합니다.

 

Q. 금산인삼주를 빚을 때 어떤 기구들이 필요한가요?

김창수 명인: 누룩틀, 시루, 소줏고리, 무쇠가마솥, 옹기 술독 등이 필수적입니다. 누룩틀은 누룩 성형용, 시루는 고두밥 찌는 용도, 소줏고리는 증류용, 무쇠가마솥은 발효와 증류에 모두 쓰이고, 옹기 술독은 술 담기와 보관에 적합합니다.

 

 

 

Q. 누룩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김창수 명인: 빻은 밀가루와 미삼 가루를 섞고 물을 넣어 손으로 반죽한 뒤 누룩틀에 넣어 발로 밟아 단단히 만듭니다. 그리고 쑥을 깐 누룩방에서 3개월간 발효시키면 누룩이 완성됩니다.

 

Q. 술덧과 밑술은 어떻게 만드나요?

김창수 명인: 밑술은 쌀, 인삼 가루, 누룩을 섞어 항아리에 넣고 따뜻하게 보온하며 발효시킵니다. 술덧은 고두밥, 누룩, 인삼 가루, 솔잎 가루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발효시키는 것으로, 발효 인삼주의 핵심입니다.

 

5. 금산인삼주의 대중화와 미래

 

Q. 금산인삼주가 최근 대중화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김정수 부장: 생산 라인의 현대화, 적극적인 홍보, 그리고 제품 다양화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1995년부터 현대식 설비를 도입해 자동 온도조절 발효탱크를 사용하면서 제조 기간이 석 달에서 20일 내외로 단축됐습니다. 또한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그리고 무엇보다 온라인 판매망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Q.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요?

김창수 명인: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외국인도 인삼주의 맛과 향을 높게 평가합니다. 프랑스 교환학생 매튜 씨는 인삼 향이 매우 좋고, 와인처럼 잘 숙성됐다고 했고, 발효공학 박사 이종수 교수님은 증류주이면서도 부드러운 뒷맛이 인상적이라고 평해 주셨습니다.

 

Q. 인삼주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이 걸림돌인가요?

김창수 명인: 대부분 소비자는 인삼주 병 안에 인삼 뿌리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인삼을 갈아 술에 녹여내기에 뿌리가 보이지 않는데, 이 점이 홍보상 큰 장애물이었어요. 바이어나 소비자에게 병 안에서 인삼 뿌리를 찾지 말라고 설명했지만 반응이 미미했습니다.

 

Q.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가요?

김정수 부장: 최근엔 타협책으로 병입 단계에서 5년근 금산인삼 뿌리를 넣은 제품도 출시했습니다. 전통 발효 방식 그대로 만들면서도 시각적으로 인삼 뿌리를 넣어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는 전략이죠. 특히 담금식 인삼주를 선호하는 중국 관광객에게 반응이 좋고, 국내 젊은 층의 인식도 많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Q. 제품 종류와 차별점은 어떻게 되나요?

김창수 명인: 현재 12.5도 발효 인삼주, 23도와 43도 증류 인삼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12.5도는 수삼 발효와 홍삼 발효 두 종류로 나뉘고, 전자는 남성이, 후자는 여성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증류주도 5년근 인삼 뿌리 포함 여부, 금가루 첨가 등 다양한 옵션을 갖추고 있습니다.

 

Q. 젊은 세대를 위한 노력도 있나요?

김창수 명인: , 12.5도 알코올 도수 조정을 통해 와인과 비슷한 부드러운 맛으로 만들었고, 서울에서 전문가와 젊은 층 대상으로 수시로 시음회를 열어 의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자문위원으로 제조 과정에 조언하며 품질 유지를 돕고 있고, 김정수 부장은 공장 전 공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Q. 앞으로 금산인삼주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창수 명인: ‘세계 명품인 우리 고장 금산인삼으로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자는 포부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과 유통망 확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금산인삼주의 가치를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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