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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의 길라잡이 맛집] 풍요로운 차림, 특별한 기억을 남기는 한식 뷔페
2025.03.05 | 조회 : 158,887 | 댓글 : 0 | 추천 : 0
[ 이윤화의 길라잡이 맛집 ]
풍요로운 차림, 특별한 기억을 남기는 한식 뷔페
오래전 모 뷔페식당 대표가 고민이 있다며 찾아왔다. 결혼식 피로연 전문 뷔페 업장을 운영했는데 주위에 예식 뷔페가 여럿 생겨나며 경쟁이 심해지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생존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먼저 현상 파악을 위해 사전 예고 없이 결혼식 하객으로 가장하고 해당 뷔페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음식의 가짓수도 제법 많고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다 먹고 돌아가려니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음식도 없었던 것이다. ‘아, 이게 문제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뷔페의 개선 방향을 ‘기억 남기기’로 잡고 작전에 돌입했다. 보통 결혼식장 뷔페는 혼잡하기에 일반 뷔페에 비해 여유롭게 즐기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 맘대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담는 일반적인 뷔페 방식에 인상적인 기억을 더할 ‘느긋한 메뉴’를 따로 구성하여 접목하기로 했다. 느긋한 메뉴로는 갈비탕을 선정했는데 오직 갈비탕만은 일품 메뉴를 제공하듯 개별 서빙을 하고 나머지 음식은 뷔페 라인에서 자유롭게 선택하여 즐기도록 변화를 주었다. 단지 한 가지 메뉴의 제공 방식을 달리 한 것뿐이었지만 이곳을 방문한 하객들은 풍족한 뷔페 식사와 함께 갈비탕 한 그릇을 제대로 대접받은 기억을 갖고 돌아갈 수 있었다.
뷔페는 16세기 스웨덴에서 술과 함께 즐길 안주를 펼쳐놓고 먹던 방식인 ‘스뫼르고스보드(Smörgåsbord)’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동양권에서는 유럽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였던 일본의 한 호텔에서 스뫼르고스보드 방식을 차용해 음식을 펼쳐 제공했다. 즉 뷔페를 시도한 것이다. 마침 ‘바이킹’이란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었던 시기와 맞물려 생소하고 발음도 어려운 단어 대신 북유럽 문화에서 따온 여러 음식을 펼쳐 먹는 스타일의 식사를 ‘바이킹’이라 부르게 됐다. 그 뒤 바이킹은 일본에서 일반적인 뷔페를 뜻하는 고유명사가 됐고 지금도 바이킹과 뷔페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킹 뷔페’라는 단어를 가끔 만날 때가 있다. 한국에서 주로 쓰는 단어 ‘뷔페(Buffet)’는 테이블을 의미하는 중세의 프랑스어 뷔페(bufet)에서 유래됐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나온 뷔페는 시대 혹은 각 나라의 문화에 맞게 다채로운 형태로 발전해 왔다. 풍족한 먹거리와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 현대 사회에서 뷔페식당은 오히려 과식을 부르고 직접 음식을 가지러 왔다 갔다 하는 게 귀찮은 식사 방식이라는 취급을 받기도 한다. 팬데믹 시절에는 오픈된 공간에 차린 음식을 여럿이 공유하는 뷔페식이 금기시되면서 많은 뷔페식당들이 문을 닫는 암흑기를 지나기도 했다. 하지만 외식 문화 속 절대불변의 법칙처럼 뷔페는 다시 돌아왔다. 또한 여러 가지 먹거리를 풍요롭게 펼쳐 즐기는 고유의 형태에 다양한 특색이 더해지며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외식 장르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뷔페 외식 업계 속 양극화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 1인 20만 원 안팎의 특급호텔 뷔페부터 1만 원 미만의 구내식당형 점심 뷔페까지 폭넓은 가격대를 비롯해 고기 뷔페, 해산물 뷔페, 채식 뷔페, 딸기 뷔페 등 음식 테마별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그중 생존력이 높은 뷔페 업장을 들여다보면 남다른 필살기와 개성을 가지고 방문한 고객들에게 영리하게 ‘기억’을 남기고 있었다.
연중 한두 번 행사로 가는 고가 뷔페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의 뷔페이면서, 조미료에 감춰진 겉만 그럴싸한 음식이 아니라 언제 먹어도 속 편한 편안한 집밥 같은 건강 뷔페 맛집을 추천해 본다.
>> 한과채
외관이나 내부 모두 평범하고 수수하다. 두 가지의 잡곡밥, 죽, 국 이외에 여러 가지 나물류, 전, 김치, 쌈채류 등 20여 가지가 늘어서 있다. 모두 채식이다. 알록달록한 서양식 채소보다 방풍, 취나물 등 수묵화에 가까운 색채의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다. 하지만 맛만큼은 진국이다. 반복해서 먹어도 질리지 않고 다음 날도 속 편한 식단을 제공하는 이 시대의 보물 같은 건강 밥상.
한과채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13 지하 / Tel 02-720-2802 /
채식뷔페 1인 17,000원/ 영업시간 11:00-14:30
>> 철원한식뷔페(구 화강한식뷔페)
점심시간에 들어가면 경찰, 기사,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철원군 관내 주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수제 두부로 만든 조림, 촉촉한 나물들, 백반 상에서 볼 수 있는 반찬들과 찌개, 국 등이 집합해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지 않고 고객의 식사 양을 봐가며 그때그때 음식을 만들어 보충하니 신선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먹어도 기다려지는 고향 밥을 뷔페로 즐길 수 있다.
철원한식뷔페
강원 철원군 갈말읍 삼부연로 31 철원한식뷔페 / Tel 010-5217-8652 /
한식뷔페 12,000원 한식뷔페도시락 13,500원 /영업시간 11:00-14:00
>> 열 명의 농부
시골길을 한참 지나다 보면 만나게 되는 식당. 은은한 클래식 음악과 따뜻한 조명, 환한 햇살이 어우러진 밝고 쾌적한 공간이다. 유난스러운 별식은 아니지만 음식 하나하나 보는 것 만으로 재료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20여 가지가 넘는 쌈 채소는 땅의 기운을 여전히 머금어 싱싱하고 푸릇하며 곁들이 쌈장은 짜지 않아 맘 놓고 즐길 수 있다. 오분도미 현미밥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채소의 참맛을 알게 되는 뷔페.
열명의 농부
충북 충주시 신니면 장고개2길 62-46 / Tel 0507-1431-6262 /
유기농쌈뷔페 성인 17,900원 초등학생 12,000원 유아 8,000원 /
영업시간 11:30-15:00
Editor. (주)다이어리알 이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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