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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베트남 미식에세이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발간
2016.01.21 | 조회 : 4,917 | 댓글 : 0 | 추천 : 0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진유정 지음|효형출판
발행일 2016년 1월 20일|272쪽|15,000원
ISBN 978-89-5872-140-6 03810|130*210*19
- 책 소개
베트남에선 미식도 일상이 된다.
‘싸고 맛있다’란 표현이 꼭 들어맞는 음식들로 가득한 곳, 베트남을 무대로 한 미식 에세이. 새벽녘 하노이에서 운명의 국수를 만난 이후로 저자의 국수 여행은 시작되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베트남 쌀국수 ‘퍼’는 빙산의 일각일 뿐! 베트남 전역을 샅샅이 뒤지며 찾아낸 별미 국수들의 면면을 섬세한 문장과 풍부한 사진으로 고스란히 전해준다. 카피라이터의 글맛이 돋보이는 에세이에 15년간 베트남을 오가며 체득한 ‘맛집 리스트’와 ‘레시피’까지 더해져 감성과 실용성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의 첫 독자, 김태용 영화감독은 “당장 눈앞에 베트남의 냄새도 국수의 감촉도 없어 읽는 동안 참 얄미웠다”는 추천사를 남겼다. 연락이 온 건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간. 그렇다. 이 책은 아닌 밤중에 식욕을 솟구치게 하는 힘이 있다.
- 출판사 리뷰
베트남 국수 책, 그게 가능해요? 그러니까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봄, 베트남 국수로 책을 내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래, 쌀국수 맛있지. 근데 그걸로 책을 쓰겠다니 무리 아닐까…’ 에두르지 않고 쓸거리 많은가요, 물었더니 35개 정도요, 라고 저자는 단단하게 답했습니다. 이내 샘플 원고를 차례차례 보내왔습니다. 난생처음 듣는 국수 이름들을 죽 훑다 시선이 멈췄습니다. ‘분옥쭈오이더우? 우렁이바나나두부국수라고?’ 정말이지 해괴한 이름이었습니다. 호기심에 쥔 원고를 읽을수록 베트남 국수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국수라는 좁고 깊은 세계가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계약을 하고, 이태원의 작은 베트남 국숫집에서 저자와 만나고, 원고가 쌓이고, 저자는 저자대로 편집자는 편집자대로 베트남에 다녀오는 사이, 한 해가 지나고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여행자의 음식, 국수
프랑스나 이탈리아, 가까운 일본이 배경인 미식 에세이는 꽤 나왔지만 베트남은 생소합니다. 동남아 음식 하면 흔히 태국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베트남은 태국 못지않은 ‘미식의 천국’입니다. 아시아 3대 요리로 중국, 태국과 더불어 베트남의 요리가 손꼽힐 정도니까요. 천혜의 자연 환경, 중국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가 아픈 역사와 함께 남긴 폭넓은 식문화, 서로 다른 재료와 조리법으로 맛의 조화를 찾아낸 베트남 사람들의 감각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런데 베트남 음식 중에서도 왜 국수일까요? 저자가 ‘여행자’가 아니었다면 국수를 이만큼이나 사랑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국수만큼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음식은 없으니까요. 이동이 숙명인 여행자에겐 든든함과 가벼움 사이 적당한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숙명인 여행자에겐 혼자 먹어도 같이 먹어도 좋은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채울 최적의 음식이 ‘국수’입니다.
이것은 누군가의 지독한 취향
여행자와 국수의 궁합이 아무리 좋다 한들 저자의 국수 사랑은 유별난 구석이 있습니다. 저자의 표현처럼 “그깟 국수 한 그릇 때문에 몇 번이나 다녀온 도시를 가고 또 가는” 여행자는 흔하지 않을 겁니다. 베트남에서 먹는 베트남 국수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 낀 허술한 가게에서, 매연과 경적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목욕탕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슬쩍 헹구고 다시 내놓은 듯한 그릇을 참아낼 너그러움을 가진 자만이 베트남의 멋과 맛이 배어 있는 국수 한 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남다른 대범함과 집요함의 결정체가 바로 이 책입니다. 책에는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어울리는 베트남 국수들이 가지런히 소개되어 있고, 국숫집이 있는 골목, 국수를 먹는 사람들의 표정, 국수를 건지는 조리 기구 등 베트남 국수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가락가락 뽑아낸 맛난 이야기들이 차려져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독한 취향 덕분에 우리는 낯선 음식을 깊게 사귀어볼 기회를 만난 셈입니다.
국수라는 단어가 없는 나라
베트남은 미식이 일상화된 ‘잘 사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소박한 미식의 중심에 국수가 있습니다. 이런 베트남에 정작 국수라는 단어가 없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들립니다. 처음에만요.
이누이트에겐 눈을 뜻하는 수백 개의 단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린 시절의 저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 언어학자의 야심이 담긴 과장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도 이상하게 미련이 남았습니다. 세상엔 한 단어로 뭉뚱그려 불리기엔 아까운 것들이 많으니까요. 베트남 사람들에겐 그리고 진유정 작가에겐 국수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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