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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트렌드R] 가스트로 디플로머시(Gastro Diplomacy) : 미식 외교

2026.03.12 | 조회 : 234 | 댓글 : 0 | 추천 : 0

 

 

[2026 트렌드R]

가스트로 디플로머시(Gastro Diplomacy) : 미식 외교

 

파리바게트 미국 맨해튼 1270 렉싱턴 애비뉴점 (사진_SPC)

 

 

 

 1) 내수 침체 넘어 세계 식탁 위에 오른 K-외식 

 

넷플릭스 애니매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 헌트릭스가 컵라면을 먹고 있다(출처_넷플릭스)

 

최근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세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외식 기업들도 잇따라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고 나섰다. 2025년 현재 국내 외식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지난해 해외에 문을 연 국내 외식기업 매장 수가 4,600개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외식기업은 전 세계 56개국에서 139개 브랜드, 4,644개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외식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미국이었고, 베트남과 중국, 일본, 필리핀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외식업체 움직임의 배경에는 내수시장 침체가 자리한다. 2024년 외식업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4% 줄어든 161조원대에 머물렀고, 소상공인 평균 매출도 감소세를 보였다. 체감 경기 지수 역시 코로나19 여파 이후 증가세로 전환되던 추세가 4년 만에 감소하며 외식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경쟁이 포화된 국내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자,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은 한국과 지리적·문화적 연결성이 높거나 혹은 한류 콘텐츠의 확산 효과가 뚜렷한 곳인 만큼 새로운 성장 무대로서 주목받았다. 특히 미국은 5년 전 528개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해외 진출 업종은 ‘K-푸드’ 열풍을 탄 치킨이 주도했다. 치킨매장은 1809개로 전체에서 39.0%를 차지했다. 제과점도 1182개(25.5%)로 양대 축을 담당했다. 이뿐만 아니라 중동, 남미 지역까지 개척해 해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제품에 브랜드 가치와 현지 문화를 결합하는 전략을 강화해왔다.

 

K-외식 브랜드의 미국 시장 진출은 5년전 대비 2배 이상 늘었으며 K-치킨이 이를 주도했다 (사진_BBQ 미국 매장)  

 

 

■ 일상 외식부터 파인다이닝까지

 

최근 한식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파인다이닝부터 캐주얼 레스토랑, 도시락 전문점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며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뉴욕과 파리를 비롯한 여러 국제 도시에서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미쉐린 스타를 획득하고, 국내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에 다수 선정되며 고급 미식의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2025년 발표한 ‘북미 베스트 레스토랑 50(North America’s 50 Best Restaurants)’ 1위에 미국 뉴욕의 한식당 ‘아토믹스(Atomix)’가 선정되고, 미국 음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2025)’ 최우수 셰프상이 뉴욕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정식(Jungsik)’의 임정식 셰프에게 돌아간 것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

 

한편, 같은 뉴욕에서 주목받는 한식 캐주얼 다이닝 ‘소포(Sopo Korean Eats)’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한식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는 도시락 콘셉트를 내세워 불고기, 제육볶음, 스테이크 등의 메인 요리에 밥, 국, 채소, 소스, 사이드까지 취향대로 선택 가능하다. 조합 가능한 경우의 수만 5000가지가 넘는 ‘맞춤형 한식’은 미국의 대중적인 인기 식당인 ‘치폴레(Chipotle)’의 웰빙 버전으로 불리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뉴욕 맨해튼 한식 캐주얼 다이닝 '소포(SOPO)'는 치폴레의 웰빙 버전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사진_소포)

 

파인다이닝이 한식의 깊이와 정교함을 세계적으로 알린다면, 소포 같은 패스트 캐주얼 한식당은 접근성과 합리성을 무기로 현지인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이외에도 한국식 백반으로 현지인들을 줄 세운 뉴욕의 ‘동남사거리 기사식당’, 돼지곰탕집 ‘옥동식’, 퓨전 한식 타파스 바 ‘씨애즈인찰리(C as in Charlie)’, 런던의 한식 스트리트 푸드 브랜드 ‘분식(Bunsik)’, 친숙한 한식을 파는 ‘치맥(Cheemc)’, ‘아랑(Arang)’ 등은 한식이 더 이상 특별한 날에만 찾는 이색적 경험이 아니라, 세계인의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소비되는 보편적 미식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차이나웨이브 

 

 

 

2024년 11월 30일부터 한시적으로 한국인들의 중국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상하이는 국내 MZ세대에게 가장 핫한 여행 도시가 됐다. 상하이는 2~3시간이면 갈 수 있는 인접성을 갖춘 데다 외국인 친화적인 도시라 부담이 적고 세계적인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중국의 미식 중심지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라부부’ 같은 중국발 캐릭터의 인기와 ‘틱톡’ 같은 플랫폼이 친숙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국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높아졌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외식 시장에서도 중국 외식 브랜드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홍대, 강남, 영등포 등 이른바 ‘황금 상권’에 줄지어 들어선 중국 외식 매장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과거 몇몇 개인 브랜드가 들어왔다가 위생 문제, 현지화 실패 등으로 금세 철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는 단연 상징적인 사례다. 2014년 국내 법인을 설립한 이후 불과 10개 매장으로 연 매출 700억 원 이상을 올리며 한국 시장에 훠궈 문화를 정착시켰다. 긴 대기 줄, 셀프 소스 바, 정교한 서비스 매뉴얼은 소비자에게 낯선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브랜드 충성도를 높였다. ‘용가훠궈’나 중국식 생선 요리 전문점 ‘반티엔야오 카오위’ 같은 중식 전문점 역시 한국 소비자에게 기존에 없던 맛과 문화를 제시하며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또한 ‘헤이티’나 ‘차백도(茶百道)’ 같은 밀크티 브랜드, 그리고 중국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패왕차희(覇王茶姬)’까지, 중국 본토에서 이미 검증된 대형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차례차례 점령하고 있다. 대기 시간만 3~4시간에 달하는 홍대 하이디라오의 풍경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 외식 시장 지형도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 대륙의 맛과 자본, 한국 외식업계를 흔들다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는 단연 상징적인 사례다. 2014년 국내 법인을 설립한 이후 불과 10개 매장으로 연 매출 700억 원 이상을 올리며 한국 시장에 훠궈 문화를 정착시켰다. 긴 대기 줄, 셀프 소스 바, 정교한 서비스 매뉴얼은 소비자에게 낯선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브랜드 충성도를 높였다. ‘헤이티’, ‘차백도’, ‘패왕차희’, ‘미쉐빙청(蜜雪冰城)’ 등 밀크티와 차 브랜드 음료 업종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다.

 

국내 지점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반티엔야오카오위와 차백도(사진_업체제공)

 

중국 외식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는 ‘프랜차이즈 운영 방식의 차별성’이다. 한국은 본사와 가맹점 관계가 뚜렷한 프랜차이즈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중국은 직영 체인과 특허 체인, 자유 체인을 혼합한 형태를 발전시켜왔다. 특히 최근에는 ‘구성원 지분 투자형 직영 체인’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하이디라오나 용가훠궈의 사례처럼 본사와 점장, 직원들이 함께 지분을 투자하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는, 장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적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이는 단순히 본사와 가맹점 간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모두의 이익을 목표로 한 동반 성장이라는 점에서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와 큰 차이를 보인다.

 

 

 3)일본 여행 필수 코스, 한국에서 떠나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돈키호테 팝업스토어(사진_GS리테일)

 

 

팬데믹 이후 재개된 한일 왕복 여행과 SNS 확산이 결합하면서, ‘여행지의 전유물’이던 일본 F&B와 리테일이 정식 수입, 직접 출점, 팝업이라는 세 가지 경로로 한국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돈키호테’ 팝업 스토어다. 일본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히던 할인 잡화점 돈키호테가 한국에서도 동일한 브랜드 경험을 구현한 것이다. 하루 평균 600팀, 1500여 명이 다녀갔으며 매일 오후 2시 전후에 대기 줄이 조기 마감됐다.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인정받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매장에 발을 딛는 순간 일본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데 집중한 전략이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이 팝업 스토어는 일본 현지에서 줄 서서 쇼핑하던 경험을 그대로 가져온 성공적 시도로 평가받으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브랜드의 확산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최근 일본 외식업체들이 북미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수시장과 달리 해외에서는 가격을 조정하기가 비교적 수월하고, 전 세계적으로 일본 음식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일본 브랜드들이 한국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이외에도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다. 먼저 한국 소비자의 빠른 트렌드 수용성이다.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SNS를 통한 확산 속도가 빨라, 짧은 기간 안에 브랜드 인지도를 검증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은 같은 동양권 국가인 만큼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라멘·스시·우동처럼 한국인에게 익숙한 대중적 메뉴가 많아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도 주효하다.

 

 

일본 도넛 브랜드 '아임도넛' 성수점(사진_아임도넛)

 

후쿠오카의 베이커리 ‘아맘다코탄’을 운영하는 히라코 료타 셰프가 만든 ‘아임도넛?(I’m donut?)’은 2025년 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호점을 열자마자 오픈런을 기록했다. 부드럽고 촉촉한 ‘후와도넛’과 다양한 크림 필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일본 후쿠오카 텐진 지하상가에 본점을 둔 고구마 스낵 전문 브랜드 ‘이모야킨지로(いもや金次郎)도 국내에 상륙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통 일식 브랜드도 속속 국내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삼천리 그룹에서 ‘도쿄 3대 스시’로 꼽히는 ‘이타마에스시(Itamae Sushi)’를 국내 론칭해 빠르게 지점을 확장하고 있으며,  '마루가메제면(丸亀製麺)’은 2021년 ‘노 재팬’ 및 팬데믹 여파로 국내시장에서 철수했으나 2025년 재진출했다.

 

 

■ ‘덕질’에는 불황이 없다… 애니 · IP · 여행 후속 소비로 소비자 공략

 

일본은 카페 브랜드의 직접 진출보다는 대중문화와 캐릭터 IP, 여행의 후속 소비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국내시장을 파고든다. 2025년 극장판 영화 개봉과 함께 열풍을 일으킨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원화를 전시하면서 컬래버레이션 메뉴를 제공하는 서울 홍대 인근의 ‘유포테이블 & 마치아소비 카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다. 일본에 본점을 두고 있는 애니메이션, 만화 관련 상품 판매 체인 ‘애니메이트 카페’도 홍대점의 문을 열었는데, 캐릭터 굿즈 전문 숍으로 캐릭터 IP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 디저트 및 음료를 판매한다. 아키하바라에서 시작된 메이드 카페 브랜드 ‘메이드리밍’ 역시 홍대점을 오픈했다. 이들은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카페로서 특정 마니아들의 방문을 이끈다. 서울 명동의 ‘헬로키티 애플카페’와 홍대 인근의 ‘시나모롤 스위트카페’도 캐릭터 디저트와 굿즈 판매를 결합해 팬덤을 끌어모은다.

 

 

2025년 日 애니메이션으로 이례적인 열풍을 낳은 <귀멸의 칼날> 제작사와 협업한 '유포테이블&마치아소비 홍대점'

 

 

일본에 본점을 두고 있는 애니메이션, 만화 관련 상품 판매 체인점 애니메이트에서 운영하는 '애니메이트 카페'는

애니매이션 IP를 활용한 한정 메뉴와 굿즈를 선보인다  (사진_애니메이트)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서브컬처 기반의 ‘덕후 문화’는 경기 침체에도 비교적 타격이 적다. 특정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자신의 정체성과 취향을 확인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굿즈와 컬래버레이션 메뉴 같은 소액, 반복 소비는 불황기에도 꾸준히 이어지며 팬덤 특유의 충성도는 안정적인 수요를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와 외식업계가 불경기의 돌파구로 애니메이션·캐릭터 IP 카페와 팝업 스토어를 잇달아 도입하는 배경이 된다.

 

편의점업계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일본 여행의 후속 소비를 주도한다. 세븐일레븐, CU, GS25 등은 일본 세븐일레븐의 PB 디저트와 인기 간식을 직접 소싱하며 적극적으로 여행의 향수를 자극한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던 ‘오하요 저지푸딩’과 ‘홋카이도 수플레푸딩’, ‘슈거버터 샌드트리’ 등이다. 홋카이도 지역 특산 감자를 통째로 구워낸 현지 인기 제품을 그대로 들여온 ‘나투라스 통감자’는 국내에 상륙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실제 조사에서도 일본을 여행한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과자, 푸딩 같은 식료품을 주요 구매 품목으로 꼽은 것으로 나타나 현지 경험을 국내에서 다시 소비하려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본 콘텐츠는 <2026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에서 발췌 및 편집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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