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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기행R] 맛으로 즐기는 타이베이와 근교
2025.12.04 | 조회 : 1,661 | 댓글 : 0 | 추천 : 0
以美味漫遊台北與近郊
맛으로 즐기는 타이베이와 근교
글/사진 이윤화 (주)다이어리알 대표

대만은 ‘미식의 섬’이라 불린다. 작은 섬나라지만 음식의 다양성과 깊이는 그 크기를 훌쩍 넘어선다. 중국의 수많은 요리 전통이 시대마다 이주민과 함께 흘러들어와 대만의 토양과 바다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와 어우러졌다. 거기에 일본 식민지 시절의 흔적, 열대 과일이 주는 남방의 기운까지 겹겹이 쌓이며 대만만의 독특한 음식 풍경이 완성됐다. 그래서 대만의 음식은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곧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곳에서는 ‘먹는 일’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삶 자체다. 야시장 골목마다 지글지글 굽는 전병 냄새,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식당의 불빛, 새벽부터 문을 여는 자오찬뎬(早餐店)의 활기까지. 대만 사람들의 일상 리듬은 언제나 음식과 함께 어우러진다. 아침은 따끈한 두유인 또우장(豆漿)으로 속을 달래고, 점심에는 우육면이나 소박한 백반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다. 저녁이 되면 일식 이자카야 풍 동네 주점에서 친구들과 가볍게 잔을 부딪치거나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유명 레스토랑에서 특별 코스를 즐기기도 한다.
여행자로서 이런 풍경을 마주할 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음식이 단순히 ‘먹거리’에 머무르지 않고 대만인의 삶과 문화, 역사와 뿌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만을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박물관이나 유적 탐방이 아니라, 그들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지난 타이베이와 근교 여행도 음식의 힘에 이끌린 여정이었다. 고궁박물관에서 눈으로 만난 예술품의 무게감 못지않게 골목길 식당에서 맛본 한 그릇의 우육탕면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이제, 발길 닿는 대로 맛보고 기록한 타이베이와 근교의 미식 여정을 소개해 보려 한다.
맛 좋고 가격 착한 대만 백반집
충남반관 (忠南飯館 Chung Nan Fan Guan)
타이베이의 충남반관은 ‘언제 가도 편안한 밥집’의 전형이다. 50년 넘은 노포답게 허름한 간판과 오래된 내부가 그 세월을 말해준다. 메뉴판엔 한자만 적혀 있기에 주문은 쪽지에 한자 그대로 적어야 한다. 한자를 모르면 그림처럼 그려야 할지도 모른다.
두부볶음, 공심채 볶음, 쏸라탕을 시켰다. 손맛 좋은 이모님이 만든 듯한 반찬들이다. 특히 공심채 볶음은 어린순처럼 여리여리하며 부드럽고, 쏸라탕은 푸짐함과 자극적이지 않은 맛의 균형이 좋다. 여기에 밥은 무한 리필이니 든든하다. 앞 테이블 손님이 먹는 간장조림 고기의 비주얼에 추가 주문을 고민했지만, 다음 여행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이처럼 이곳은 기사식당처럼 편안하고, 단골 백반집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장점이다. 대다수가 오래 드나든 손님들인 양 능숙하게 밥을 덜고, 음식에 집중하며 웃는다. 그 풍경이 곧 ‘맛있는 대중 밥집의 푸근함’이리.



충남반관 (忠南飯館 Chung Nan Fan Guan)
No. 88 號, Section 3, Ren'ai Rd, Da’an District, Taipei City, Taiwan 106
백탕의 품격
중국 청진 쇠고기 탕면 (中国清真牛肉面食馆)
할랄 재료를 쓰는 이곳은 황우로 끓인 ‘우육탕면’으로 유명하다. 히잡을 쓴 손님들도 가끔 볼 수 있는 타이베이의 무슬림 식당이다.
붉은 국물 대신 선택한 백탕 우육탕면의 맛은 새롭고 놀라웠다. 백탕이지만 나주곰탕이 마냥 맑은 곰탕이 아닌, 간장 빛이 감도는 깊은 국물이다. 큼직하고 부드러운 소고기, 야들한 수제 면이 어우러져 한 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진다. 붉은 국물에 익숙했던 이에게 새로운 우육탕의 세계를 열어주는 맛이다.
이 집의 또 다른 주인공은 즉석 ‘로띠(roti)’. 입구 유리창 너머에서 반죽을 얇게 펼치는 주인장의 손놀림은 마치 베테랑 호떡 장인을 보는 듯하다. 갓 구운 로띠에 ‘경장육사(북경식 고기채볶음)’를 싸서 한입 베어 물면, 밀향과 고기향이 겹겹이 퍼진다. 메뉴판엔 “since 1957”이라고 쓰여있다. 반세기를 훌쩍 넘긴 세월이 나보다 인생 선배다.


중국 청진 쇠고기 탕면 (中国清真牛肉面食馆)
No. 1號, Alley 7, Lane 137, Yanji St, Da’an District, Taipei City, Taiwan 106
새벽의 두유 향기
푸항또우장(阜杭豆漿)
호텔 조식을 포기하고 선택한 타이베이의 아침 명소, ‘푸항또우장’. 새벽 5시 반 문에 열자마자 긴 줄이 늘어선다. 6시 15분에 도착했는데도 15분을 기다렸으니, 이곳의 명성을 증명하는 듯하다.
‘두유(또우장)’와 길게 튀긴 반죽 ‘요우티아오’, 그리고 함께 곁들여 먹는 ‘탄삥’은 이 집의 기본 모닝 세트. 단맛이 도는 두유는 한국의 콩국과 비슷하지만, 훨씬 부드럽다. 평범한 시장 건물 2층 푸드코트 안, 유독 큰 매장과 긴 줄이 인상적이다. 두유 한 그릇에 아침이 차오른다. 국내 남도식 단 콩국에 익숙한 이라면, 이곳의 따뜻한 두유 한 모금에 고향의 맛을 느낄지도 모른다.


푸항또우장(阜杭豆漿)
Huashan Traditional Market 2F, No.108, Section 1, Zhongxiao East Rd, Zhongzheng District, Taipei
세대를 잇는 대만의 품격,
골든포모사레스토랑 (금봉래준고대채찬청 金蓬萊遵古台菜餐廳)
3대째 이어온 전통의 맛집, ‘골든포모사’는 대만 스린구 외곽에 자리한 고급 대만 요리 전문점이다. 오래된 한식 노포의 정취를 닮은 실내는 묵직한 세월의 향을 품고 있다.
대표 메뉴는 단연 ‘우니반면(海膽拌麵)’. 성게가 듬뿍 올라간 이 면 요리는 예약 필수로, 작은 접시 한 그릇이 3,680 대만달러(약 15만 원) 정도다. 비싼 가격이지만 독창적인 스타일과 진한 풍미로 ‘한 번쯤 경험할 가치 있는 요리’다.
이 외에도 바싹하게 튀긴 돼지갈비, 굴과 패주가 들어간 오믈렛, 가라스미차항(어란 볶음밥), 훈제 돼지 간 요리 등 전통 대만 요리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한입 한입이 세대를 이어온 장인의 손맛을 느끼게 하는 맛집이다. 예약필수.



골든포모사레스토랑 (금봉래준고대채찬청 金蓬萊遵古台菜餐廳)
No. 101, Tianmu E Rd, Shilin District, Taipei City, Taiwan 111
대만의 세련된 밤
샤오지우(燒鳩)
간판에 적힌 ‘刺身·串燒·夜食’처럼, 샤오지우는 생선회와 야키토리, 그리고 늦은 밤의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감각적인 이자카야다. 송산구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장소로, 젊은 손님들로 늘 붐빈다.
조명은 은은하고 음악은 세련됐다. 음식 하나하나가 정갈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다. 신선한 사시미, 밸런스 좋은 카이센돈(해산물덮밥), 그리고 촉촉하게 구운 야키토리까지, 일본이나 서울의 수준 높은 이자카야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가격대는 다소 높지만, 한 접시마다 정성과 센스가 느껴지는 곳. 대만의 밤, 그 세련된 한 모퉁이를 경험하고 싶을 때 딱이다.



샤오지우(燒鳩)
No. 85號, Section 4, Civic Blvd, Songshan District, Taipei City, Taiwan 104
은은한 아침의 힘
소프트 파워 (Soft Power 軟食力)
대만의 ‘소프트 파워’가 국제적 영향력을 뜻한다면, 이곳은 아침 한 끼로 그 의미를 부드럽게 보여준다. 작지만 개성이 또렷한 조식 전문 카페로, 문을 여는 순간부터 따뜻한 감성이 번진다. ‘딴빙(蛋餅)’ 속 달걀 요리, 고구마볼 디저트, 그리고 땅콩버터·콘에그·치즈·콩 단백과 두류로 만든 포슬포슬한 대체 고깃가루, 식물성 육송(Veggie floss)을 채운 ‘타이완 버거’까지, 전통과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잇는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즐기는 이 소박한 아침은, 대만이 가진 ‘은은한 영향력’을 참 맛있게 체험하는 시간이다.
@softpower.tw.

소프트 파워 (Soft Power 軟食力)
21, Alley 30, Lane 135, Section 2, Minquan East Rd, Zhongshan District, Taipei
산속의 내공
송죽원(松竹園 Song Zhu Yuan)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도착한 송죽원은 마치 산장식당을 연상케 한다. 잘 정돈된 정원, 곳곳은 힐링 포토 존이다. 30년 넘게 이어온 전통 대만식 식당으로, 직접 사육한 토종닭 요리로 명성이 높다.
대표 메뉴인 ‘백찜닭(白斬雞)’은 차게 나오는데, 살결은 부드럽고 촉촉하다. ‘황금 크리스피 치킨(黃金脆皮雞)’은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을 후추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으로 닭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반할 만하다.
오징어, 버섯, 양배추 볶음, 두부, 생선찜 등 어떤 요리를 주문해도 맛이 안정적이고 가격은 꽤 합리적이다. 메뉴에 영어 설명이 없어, 옆 테이블 단골에게 물어 주문했더니 오히려 그게 정답이었다. 산속에서 만난 훌륭한 닭과 해산물 요리, 진정한 내공의 맛집이다.
@松竹園私房料理



송죽원(松竹園 Song Zhu Yuan)
士林區永公路546號, Taipei, Taiwan
햇살이 머무는 카페
스타벅스 차오산점 (Starbucks Caoshan Shop)
스린구의 조용한 골목 끝에 자리한 스타벅스 차오산점은 1950년대 미군 숙소를 개조한 목조 건물이다. 문을 여는 순간, 마치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에 와 있는 듯한 평화로움이 감돈다.
창살 사이로 부드럽게 들어오는 햇살, 여느 집 마당 같은 정원, 나무의 온기가 느껴지는 실내. 커피 향과 함께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외국에 온 것 같아요.” 내가 말하자 옆에서 “여기가 외국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웃음이 났다. 그만큼 이곳의 분위기는 우리가 떠올리는 ‘이국의 평온함’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평소의 즐기던 흔한 스타벅스가 아닌, 오래 머물고 싶은 햇살 좋은 카페로 변신한 곳이다.


스타벅스 차오산점 (Starbucks Caoshan Shop)
No. 5, Guotai St, Shilin District, Taipei City, Taiwan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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