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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타드 #마르셰 #와인 #콩테치즈

맛있는 프랑스 '본' 여행기...본투테이블(Beaune to Table)

2025.09.19 | 조회 : 115,171 | 댓글 : 0 | 추천 : 0

 

맛있는 프랑스 여행기

본투테이블(Beaune to Table)

 

 

 

프랑스를 떠올릴 때 많은 이들은 에펠탑 혹은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 패셔너블하고 도도한 인상의 파리지엔느, 별이 빛나는 미슐랭 레스토랑 등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물론 이들 모두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징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프랑스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특히 지방을 여행해 보면 이 나라야말로 진정한 '농업국가'임을 실감하게 된다. 실제로 프랑스 국토의 절반 이상이 농업과 관련된 땅이며, 세계적인 발효 식품인 와인과 치즈가 그 중심에 있다.

 

와인 생산량만 보면 이탈리아가 1위지만, 와인의 역사와 철학, 기준을 논할 때 프랑스는 절대 빠질 수 없다. 프랑스 와인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산업화된 생산 시스템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보르도(Bordeaux)’ 와인 그리고 다른 하나는 수도원의 전통과 떼루아(Terroir: 토양, 기후, 지형, 문화의 총체)를 중시하는 철학을 이어온 부르고뉴(Bourgogne)’ 와인이다.

 

만약 부르고뉴 지역으로 미식 여행을 떠난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도시가 있다. 바로 (Beaune)’이다. 프랑스 동부의 조용한 도시인 본에 짐을 풀고, 이곳을 거점 삼아 주변 식문화의 세계를 천천히 음미해 보자.

 

머스터드는 디종이 아니라 본에서!

 

서양에서 스테이크와 함께 자주 곁들이는 머스터드는 마치 한국의 고추장처럼 식탁에 흔한 존재다. 중세 시절, 후추가 너무 비싸 서민들은 대체 양념으로 머스터드를 썼고, 르네상스 시대에는 상류층 식탁에도 오르기 시작했다. 그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디종 머스터드(Dijon Mustard)지만, 정작 그 진정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머스터드 공장은 디종이 아니라 본에 있다.

 

1840년에 설립된 '에드몽 팔로(Edmond Fallot)'는 부르고뉴 지역에서 유일하게 석재 맷돌(Stone mill)을 이용해 겨자씨를 직접 갈아 만드는 전통 방식을 지켜오고 있다. 겨자씨도 지역 고유 종자를 사용하며, 이곳은 단순한 생산 공장을 넘어 하나의 미식 체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공장 투어를 신청하면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공정 과정을 견학할 수 있고, 다양한 응용 머스터드를 시식할 수 있다. 바질, 타라곤, , 발사믹, 블랙커런트 등 독특한 조합이 인상적이다. 수도꼭지처럼 생긴 디스펜서를 통해 생머스터드를 항아리에 담아가는 체험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에드몽팔로

La Moutarderie Fallot

31 Rue du Faubourg Bretonnière, 21200 Beaune

(http://www.fallot.com)

 

토요일엔 본의 마르셰

 

본에서는 매주 토요일 아침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장터(Marché de Beaune)가 열린다. 평소엔 조용하던 광장이 어느새 활기 넘치는 시장으로 변신하고 그 풍경은 흡사 우리의 오일장 같은 정겨움을 자아낸다. 수제 빵, 신선한 수산물, 제철 채소, 치즈, 절임류, 허브, 유제품 등 지역의 자랑스러운 농산물과 가공품들이 가득하다.

 

야외 장터 뿐 아니라 쁠라스 드 라 알(Place de la Halle)’이라는 이름의 실내 시장 건물과 그 주변 상점들까지 둘러보면 반나절이 금세 지나간다. 주방이 딸린 숙소에서 묵는다면 브레스(Bresse) 지역의 인증 닭, 유기농 계란, 신선한 채소들을 구입해 직접 요리해보는 것도 멋진 경험이다. 부르고뉴 와인 한 병과 곁들이면 그야말로 진정한 본 투 테이블(Beaune to Table)’의 완성이다.

 

 

알 드 본(마르셰)

Halle de Beaune

Pl. de la Halle, 21200 Beaune

 

 

자선과 와인이 만나는 곳, 오스피스 드 본

 

본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 중 하나는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이다. 이곳은 중세의 의료, 자선, 와인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유산으로 화려한 채색 지붕이 인상적인 고딕 건물이다. 1443, 부르고뉴 공국의 재상 니콜라 롤랭(Nicolas Rolin)과 그의 부인 귀공 드 살랭(Guigone de Salins)이 전쟁과 흑사병으로 고통받던 빈민을 위해 세운 병원이다.

 

병원의 지속 운영을 위해 주변 귀족들로부터 포도밭을 기증받았고, 이를 통해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게 됐다. 이 와인은 1859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오스피스 드 본 자선 와인 경매'에 출품되며, 수익은 병원 운영에 전액 사용된다. 오늘날 오스피스 드 본은 유료 박물관으로 개방되어 당시의 입원실, 수술실, 약제실, 조리실 등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와인 경매와 관련된 자료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을 통한 수익으로 병원을 지속적으로 유지, 운영한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깊다.

 

 

오스피스드본 병원-박물관

Hôtel-Dieu des Hospices de Beaune

2 rue de l’Hôtel-Dieu, 21200 Beaune

(https://musee.hospices-de-beaune.com/)

 

 

콩테 치즈의 고향, 쥐라

 

프랑스의 대표적인 하드 치즈인 콩테(Comté)’는 몽벨리아르(Montbéliarde) 품종의 소에서 얻은 우유로 만들어지며,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최소 4개월에서 24개월까지의 숙성 기간을 거치는데 숙성 기간이 길수록 깊은 맛과 풍부한 향을 지니게 된다. 콩테의 본고장은 쥐라(Jura) 지역의 라비니(Lavigny)로 본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곳에는 23개 농가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 치즈 공장인 '프뤼띠에르 데 꼬또 드 세이유(Fruitière des Coteaux de Seille)'가 있다. 이 치즈는 EUAOP(Appellation d’Origine Protégée) 인증을 받았으며 소가 먹는 풀의 종류, 초지의 상태, 계절의 변화가 치즈의 풍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공장에서는 전시 공간을 통해 지역 농업 철학과 전통 치즈 제작 방식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치즈뿐 아니라 지역 농산물 가공품들도 꽤 있다. 거대한 콩테를 주문한 분량만큼 자르는 광경도 볼만하다.

 

 

 

프뤼띠에르 데 꼬또 드 세이유

Fruitière des Coteaux de Seille

Chemin le Sorbier, 39210 Lavigny

(https://www.biocomtois.fr)

 

쥐라까지 갔다면 샤또샬롱(Château-Chalon)’ 마을도 반드시 들러보자. 깎아지른 석회암 절벽 위에 세워진 이 마을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은 독특한 산화 숙성 와인인 뱅존(Vin Jaune)의 생산지인데, 뱅존은 사바냉(Savagnin) 품종 포도를 사용하여 최소 6년 이상 셰리처럼 숙성시킨 와인이다. 그 결과, 견과류 향과 깊고 건조한 풍미를 지닌 독창적인 와인이 탄생한다.

 

마을 내의 레스토랑 '르 부숑 뒤 샤또(Le Bouchon du Château)'에서는 뱅존 와인과 함께 수준 높은 식사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고딕 양식의 수도원 유적과 중세풍 골목길을 산책하며 여행의 여운을 길게 누릴 수 있다.

 

 

 

샤또살롱

Le Bouchon du Château

2 Rue Saint-Jean, 39210 Château-Ch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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